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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멜로무비를 보며 가장 오래 남은 얼굴은 의외로 말수가 거의 없던 인물, 고준이었습니다.
김재욱 배우가 연기한 조용한 형의 존재는 처음엔 배경처럼 느껴졌지만, 드라마가 중후반을 향해 갈수록 그의 시선과 말 없는 따뜻함이 이 이야기의 중심 중 하나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단순한 감상기를 넘어, 고준이라는 캐릭터에서 느낀 울림과 위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말보다 묵직한 침묵의 감정
김재욱이 연기한 고준은 동생 고겸(최우식)의 든든한 뒤편에 자리한 인물입니다.
그는 대사보다 침묵으로 감정을 드러내며 ‘버석하고 메마른 얼굴’을 유지하지만, 동생 앞에서는 한없이 다정해지는 모순적인 인물입니다
고준은 말이 거의 없습니다.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도 많지 않습니다. 그저 조용히,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서 동생을 돌보고 주변을 바라보는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왜 이토록 무심할까 싶었는데, 한 회 한 회 지날수록 그의 눈빛에 담긴 복잡한 감정들이 조금씩 읽히기 시작합니다.
동생을 바라보는 그 미묘한 시선, 무너질 듯한 순간에 손을 내미는 타이밍, 동생을 위해 청춘을 바쳐 살지만 그 안에 숨은 고통과 아픔까지, 김재욱은 그 감정을 배우로서 아주 섬세하게 끌어올렸고, 그래서 더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강한 캐릭터를 많이 맡았던 김재욱 배우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왜 많은 뉴스 기사와 리뷰에서 ‘김재욱의 재발견’이라는 평이 나왔는지 보신 분들은 공감하실겁니다.
형이라는 존재가 주는 울림
고준은 주인공 고겸의 형이자, 심리적인 버팀목입니다.
드라마 속 고준은 동생 고겸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의 모든 선택과 행동은 결국 동생을 향해 있습니다.
단순히 가족이라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책임’과 ‘사랑’이 겹겹이 쌓인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사랑은 격렬하지 않지만 무조건적이고, 따뜻하지만 표현되지 않으며, 그래서 더 무겁고 깊게 느껴집니다.
고준은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그가 등장할 때마다 장면 전체의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집니다.
고요한 공간이 무게를 얻고,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도 더 깊어집니다.
그건 연출의 힘도 있지만, 김재욱이 만들어낸 고준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밀도 있는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고준의 캐릭터는 상처가 많고, 감정을 쉽게 꺼내지 않으며, 때로는 차갑게 보이기도 합니다.
동생을 사랑하지만 그 동생을 책임지기엔 그도 너무나 어린 청년이었다는 것을...
자신을 위한 꿈하나 없이 살았던 고준의 진심이 조금씩 드러날 때, 그를 위로하고 꼬옥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김재욱이 만든 진짜 인물
김재욱이라는 배우는 그동안 차분하고 깊이 있는 강한 캐릭터를 많이 맡아왔지만, 이번 〈멜로무비〉에서는 한 단계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느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델같은 멋진 모습이 나오지않아 감독님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고준이라는 인물을 연기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가 된 것처럼 후줄근한 모습에 무심한 표정과 눈빛, 천천히 걷는 걸음 하나에도 감정을 녹여 캐릭터의 몰입감을 높였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동생 고겸이 무너지는 순간 그저 조용히 옆에 앉아 아무 말 없이 함께 있어주던 장면입니다.
우리는 종종 위로를 말로 하려 하지만, 진짜 위로는 곁에 있어주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해 슬프면서도 위로가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추천이유와 감상포인트
〈멜로무비〉는 겉으로 보기엔 잔잔한 로맨스이지만, 들여다보면 사람 사이의 관계, 가족의 의미, 말보다 큰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사랑보다 무거운 책임,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들키기 싫은 깊은 속내, 나조차도 외면하고 싶은 내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는지 등장인물들의 서사에 공감하며 나도 스스로 위로를 받습니다.
이 드라마는 격렬한 감정보다는 서서히 번지는 감정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