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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결혼과 동거,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2017년 방영 당시 젊은 세대의 깊은 공감을 이끌었습니다.

두 남녀가 '계약 결혼'을 하며 점차 진짜 사랑을 알아가게 되는 이 이야기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 오늘날의 결혼과 삶, 사회적 기대에 대한 성찰로 확장됩니다.

단순한 연애담이 아닌, 인간관계의 본질과 자립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이번 생은 처음이라

 

현실을 담은 계약 결혼

 

드라마의 시작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집을 구할 돈이 부족한 윤지호와, 대출금 상환을 위해 안정적인 세입자를 원했던 남세희가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계약 결혼’을 하게 되는 구도입니다.

여기서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라는 전통적 관념은 철저히 무너집니다.

그들에게 결혼은 각자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자, 더 이상 감정에만 기대어 살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전략이 됩니다.

 

‘연애가 사치’로 여겨지는 현실 속에서 두 사람의 결혼은 철저히 합리적 계산 위에 세워집니다.

그러나 함께 살아가며 그들이 부딪히는 것은 단순한 ‘공간의 공유’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었습니다.

분리수거를 하고, 고양이 밥을 주고, 말 한마디를 언제 해야 할지까지 신경 써야 하는 그 일상의 충돌은 많은 이들에게 낯설지 않은 현실이었고, ‘혼자 사는 것’과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드라마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비판하거나 회피하지 않습니다.

대신 제도 안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를 성찰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이끌어갑니다.

결혼을 통해 성장하고, 오히려 그 안에서 진짜 감정을 발견해 가는 서사는 오늘날 비혼·비연애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여운 깊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진정한 관계란 결국 계약이나 조건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평등한 연애와 삶의 균형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기존의 연애물에서 흔히 보던 ‘갑을 관계’의 남녀 구도를 완전히 뒤엎습니다.

남세희는 감정 표현에 서툴고 계획적인 성격이며, 윤지호는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키우려 노력하는 인물입니다.

그들의 관계는 처음부터 서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하는 선에서 출발합니다.

결혼을 하더라도 '상대의 인생에 침범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그들 사이를 지탱하는 중요한 가치로 작용합니다.

 

특히 드라마는 남녀의 사회적 지위, 경제력, 감정 표현 방식이 다를지라도 평등한 관계는 가능하다는 믿음을 보여줍니다. 윤지호는 작가로서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며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합니다.

반대로 세희는 감정에 솔직해지기 위해 서서히 마음의 벽을 허물어 갑니다.

이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변화의 계기가 되며 성장하는 구조는 현대 연애의 이상적인 모습을 제시합니다.

 

또한 드라마는 결혼만을 중심에 두지 않습니다.

주변 인물들의 서사에서도 다양한 결혼관과 가족 관계의 형태를 그려내며 현대 사회의 가치관 다변화를 반영합니다.

이를 통해 한 인간의 행복은 꼭 결혼을 통해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각자가 선택한 방식으로 삶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러한 균형 잡힌 시선은 시청자에게 위로와 통찰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면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는 삶, 사랑하면서도 자유로운 관계, 그런 태도들이 지금 이 시대의 사랑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내 삶을 선택하는 용기

 

이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이번 생은 처음이니, 실수해도 괜찮다'는 따뜻한 위로입니다.

윤지호는 수많은 좌절과 선택의 기로에서 언제나 스스로의 삶을 선택합니다.

계약 결혼을 택한 것도, 그 안에서 진짜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도 결국 자신이 내린 결정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누군가에게 휘둘리거나, 세상의 기대에 맞춰 살 필요는 없다는 점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처음 살아가는 인생 속에서 끊임없이 부딪히고 깨지고 다시 일어섭니다.

중요한 것은 실수나 실패가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도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일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성장이며, 인생을 대하는 가장 진솔한 태도일 것입니다.

 

드라마 속 캐릭터들은 각자 다른 배경과 환경을 지녔지만, 모두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삶을 만들어갑니다.

이 점은 특히 2030 세대에게 깊은 공감을 안깁니다.

불안한 미래, 불완전한 관계, 예측할 수 없는 삶 앞에서 ‘이번 생은 처음이라 실수해도 괜찮다’는 말은 때론 어떤 조언보다 큰 힘이 됩니다.

결국 이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삶의 근본적 태도와 선택의 문제를 성찰하게 만드는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시청 후에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사랑과 결혼, 관계와 자립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조용히 다가오는 드라마입니다.

이 작품은 특히 서른 즈음의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 청춘들에게 큰 공감을 안깁니다.

결혼을 꼭 해야 하는지, 사랑이란 무엇인지, 누구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이들이라면,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을 통해 위로받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감정에 서툰 사람도,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도, 어딘가 서툰 사랑을 시작하려는 사람도 모두 이 이야기에 자신을 투영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하되 나를 잃지 않는 삶, 그 안에서 진심을 찾아가는 여정이 궁금하다면, 지금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