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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우정과 첫사랑이 만나는 순간
드라마 [그해 우리는]은 고등학생 시절 다큐 촬영을 계기로 만나 서로를 기록했던 국연수(김다미 분)와 최웅(최우식 분)의 첫사랑과 우정, 그리고 십여 년의 시간을 오가며 서로의 삶을 비추는 따스한 성장 스토리입니다. 작품은 로맨스를 넘어서 서로 다른 배경과 내면을 지닌 두 인물이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국연수는 성실하고 목표 지향적인 학생이었으나 감정 표현이 서툴렀던 인물입니다. 반면 최웅은 자유롭고 충실함이 묻어나는 성향으로, 연수에게는 이해와 위로가 되어주며 서로의 부족한 면을 하나씩 채워주는 관계로 나아갑니다. 이들의 관계는 흔한 첫사랑 서사보다 감정의 뉘앙스와 시간의 흐름을 우정의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특히 극 초반 최웅이 연수를 향한 미묘한 감정을 망설이며 바라보는 장면은 호감 이상의 정서적 흔들림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이 드라마는 ‘시간’을 카메라의 눈처럼 사용하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두 사람의 감정이 멈춰 있지 않음을 영상으로 표현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시청자에게 ‘기억과 마음이 오래 지속되는 방식’을 공감하게 만듭니다.
또한 카메라 시점의 활용이 돋보입니다. 다큐 촬영이라는 메타구조를 통해 등장인물의 다양한 내면을 각각의 시선으로 기록하며, 회차마다 ‘이야기의 앵글’을 바꾸는 구성은 상투적인 연애 드라마를 넘어섭니다. 이 시점 이동은 단순히 과거 회상 장치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도 함께 ‘참여자’처럼 감정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절제된 감정 연기와 영상미
절제된 감정의 표정 연기는 이 드라마의 또 다른 미덕입니다.
김다미와 최우식 모두 극적 감정 폭발 없이 소소하지만 깊은 감정의 떨림을 보여줍니다. 눈빛과 호흡으로 감정의 결을 전달하며, 대사보다 조용한 순간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계절마다 다른 색감과 조명, 화면 비율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온도를 인지하게 합니다. 봄의 청초함, 가을의 내밀함, 겨울의 추위를 영상으로 구현하며 시청자는 ‘시간의 체감’을 체험하게 됩니다.
OST도 드라마의 정서를 깊게 담아냅니다. 시청률 4%대임에도 OST 음원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 작품이 남긴 울림이 사운드트랙을 통해서도 이어졌습니다.
“서랍”, “언덕 나무” 등 잔잔하지만 감정을 울리는 선율은 회차마다 분위기를 더하며 장면의 여운을 극대화합니다.
또한 중간중간 삽입되는 인터뷰 장면과 내레이션은 청춘의 고민과 감정선을 직접 들려주며 현실감있게 몰입하게 하고 관객이 스스로의 청춘과 비교해보도록 유도합니다.
‘그때 내가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하는 면이 이 드라마의 핵심입니다.
보편의 감성, 현실의 따뜻한 공감
많은 리뷰어들이 “보편적인 일상에서 진심을 드러내는 순간이 이 드라마의 힘”이라고 평합니다. 실제로 클리셰에 기대지 않고, 오히려 일상적이고 잔잔한 순간들이 진한 감정을 선사합니다.
분량마다 크고 화려한 사건 없이도 감정의 밀도는 유지됩니다. 특히 두 사람이 우정보다 더 복잡하고 연애보다 덜 확정적인 관계 사이를 오가며 성숙해가는 과정은 설렘과 회한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과거의 미묘함, 이별의 미안함, 재회 후의 망설임은 현실 속 첫사랑의 느낌을 떠올리게 합니다.
후반 갈등 해소 이후 회차가 다소 평탄해졌다는 평도 있으나 이 드라마는 클라이맥스 대신 긴 여운을 택했습니다. 감정이 오래 남는 엔딩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의 잔상이 지속됩니다.
이처럼 [그해 우리는]은 첫사랑 소재를 다루면서도 ‘친구 사이의 진짜 감정’을 포착하고 애틋하고 떨리고 설레는 감정이 어떻게 관계와 시간 속에서 흔들리는지를 섬세하게 그립니다.
추천 대상
[그해 우리는]은 보편의 청춘 서사 속에 ‘진심’, ‘관계’, ‘기억’이라는 단어를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김다미와 최우식의 눈빛 연기, 계절과 시간을 기록하는 영상미, 그리고 OST가 조화를 이뤄 감정의 결을 오래 남깁니다.
‘그때 그 시간, 나는 어땠을까’라는 내 마음 속 작은 질문을 꺼내고 싶다면, 이 작품은 더없이 좋은 선택이 되어줄 것입니다.
첫사랑을 기억하고 싶거나, 친구라는 관계 속 진심을 다시 보길 원한다면, [그해 우리는]은 분명한 공감과 여운을 선사할 것입니다.